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몽골, 별· 초원 · 허브 · 바람의 나라

by 마인드네비게이션 2025. 5. 19.
반응형

몽골에서의 디지털 디톡스 라이프

여행자들 사이에서 원픽 여행지로 떠오른 ‘몽골’. 사방이 지평선인 초원에 누우면 쏟아지는 은하수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 인공의 세계에 지쳐 있는 자들에게 심신의 디톡스를 해주는 매력적인 나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과 가깝고 한국어에 능통한 현지인이 많아 의사소통이 매끄러운 점도 인기 요소이다. 한국에 살다가 몽골로 간 지 6년 된 필자의 글을 통해 몽골의 몽글몽글한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보자. -편집자 주-

유네스코 세계자연 문화유산에 등재된 테를지 국립공원의 풍경. 몽골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다. 사진제공 김0자

마음이 둥글둥글한 사람들

2019년 5월 25일, 남편 직장을 따라서 태어나 처음으로 몽골이라는 나라로 향했다. 5월 말 한국에서는 더워서 반소매를 입곤 했는데 몽골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수도 울란바토르의 칭기즈칸 공항에 도착하니 국제공항이라고 하기엔 좀 어색하고 한국의 소도시 버스터미널 같은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3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몽골’. 한국과 거리가 가깝고 비슷한 인종이어서 그런지 몽골인들은 거의 한국인처럼 생겼다. 외국에 왔다는 느낌보다는 1980년대의 한국으로 뒷걸음친 기분이었다.

몽골인들은 그들의 얼굴처럼 마음도 둥글둥글 정이 많았다. 자기 집에 있는 무엇이라도 가져다 나눠주고 싶어 하는 정겨운 모습은 옛날 한국의 모습 그대로였다. 부침개를 부치는 날이면 동그란 쟁반에다 그것을 담아서 낮은 담장으로 “아무개 엄마, 부침개 먹어!” 하며 부르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많지 않아 이곳엔 채소와 과일이 귀하다. 어느 날, 한 몽골분이 한국인들이 채소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까만 봉투에 청경채와 시금치를 가득히 가지고 왔다. 몽골의 가장 북쪽 지역인 호브뜨 애막이 고향인 그는 한국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짐승은 풀을 먹고, 사람은 풀을 먹고 자란 짐승을 먹는다.’

상추며 시금치를 모두 풀로 여기며 살아온 것이다. 한국 사람들과 만나면서 ‘아하, 사람도 풀을 먹는구나.’라는 사실을 알고는 채소가 생길 때마다 몇 봉지씩 챙겨서 버스로 1시간 거리인 우리 집에 가져다주었다. 따뜻한 그분의 마음을 대하니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테를지 국립공원에서는 낙타를 비롯한 여러 동물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 김0자

온전히 별에 몰입하는 시간

사람들의 몽글몽글한 마음만큼이나 나를 감동시킨 게 있다면 그것은 몽골의 자연이다. 땅은 척박하지만 넓은 산과 들에 뒤덮인 것들이 대부분 허브다. 낮은 산등성이를 걸을 때면 발에 밟혀서 진한 허브향을 내뿜는다. 그 허브 향을 맡고 길을 걸으면 저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야~ 몽골의 짐승들은 하루 종일 이 허브를 뜯어먹는구나.’

오후 1시쯤 되면 짐승들은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풀밭에 몸을 뉘어 오전에 뜯어먹었던 풀을 되새김질하는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누가 더 편하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한 번은 울란바토르 남서쪽, 자동차로 10시간 떨어진 도시 바양헝거르에 갈 일정이 생겼다. 도착 시간을 고려하면 밤에 출발해야만 했다. 왕복 2차선 도로는 좁고 상태도 좋지 않아 중간중간 움푹 파인 곳들이 많았다.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운전하는 분이 길 중간에 움푹 파인 것을 보지 못하고 달리는 바람에 차가 조금 높이 날았다가 떨어졌다. 모두 소리를 질렀다. 새벽 2시쯤이었다. 차를 한쪽에 대고 잠시 쉬어 가기로 하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우리 일행은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하늘의 별바다 때문이었다. 몽골 밤하늘의 별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지만 이렇게 내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을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다.

“어서 자동차 라이트를 꺼보세요!”

우리는 우주 관측소에 들어온 것 같았다. 자동차 바깥의 추위도 다 잊어버리고 둥근 하늘 위를 쳐다보며 “북두칠성이 저기 있다.” 하고 금방 별자리를 찾았다.

몽골 밤하늘의 별. 이곳은 세계 3대 별자리 관측지로 유명하다. 사진제공 김0자

 

“저기 오리온자리도 있어!”

“이쪽도 보세요. 카시오페이아자리가 있네요.”

인터넷 속에서 보았던 별자리들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자 다들 흥분했다. 서로 자신이 찾은 별자리를 보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아무도 서로가 가리키는 별자리를 보지 않았다. “어떻게 이 별들을 카메라에 담지?”라는 말로 혼자서 중얼거릴 뿐이었다. 아름다운 밤하늘의 수많은 별은 우리 일행의 피곤함과 조금 전에 허공을 날으며 받았던 충격도 다 사라지게 만들었다.

인공의 불빛 없는 곳에서 순수한 별만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몽골의 자연은 이런 감동을 줄 때가 많았다. 세상이 이토록 맑고 고요할 수 있다는 걸 이곳에서 처음 알았다. 고요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했다. 도시 밖을 벗어난 몽골의 교외 지역은 통신이 열악한 곳이 많아 핸드폰 대신 자연을 더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한 환경이 조금 불편할 수는 있어도 광활한 초원, 푸른 하늘에 몰입하는 시간은 치유의 힘으로 다가온다.

아들 부부의 몽골 여행

우리 부부는 결혼한 아들이 둘인데 온 가족이 흩어져 살고 있다. 한국에서 매우 바쁘게 살고 있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이러한 감동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얘들아, 몽골은 한국과 아주 가까워. 바쁘지만 몽골에 한 번 와라.”

작년 11월에 드디어 큰아들 부부가 이곳에 왔다. 몽골의 가장 맛있는 것, 가장 좋은 곳, 가장 감동적인 것을 주고 싶었다. 짧은 2박 3일간의 여행이지만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여러 번 일정을 바꾸어 짜 보았다.

시장에 가서 양고기 등 갖가지 고기들을 샀다. 들판의 허브를 먹고 자란 이곳의 가축들은 맛이 고소하고 싱싱한 고기를 숙성시키면 훨씬 맛이 좋아진다. 아들 부부와 함께 테를지 국립공원에 가서 게르를 빌려 하룻밤을 보냈다. 준비해 간 고기는 아들 부부에게는 평생 처음 먹어 보는 것들이다.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너무 행복했다.

몽골 유목민들의 전통 가옥 ‘게르Ger’의 모습. 사진제공 김0자

 

아들 부부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 중 테를지 국립공원 안에 순록이 있었다. 얼마 전에 만났던 순록 가족들을 보여 주고 싶었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만날 수 없었다. ‘아들 부부가 순록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난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그때 남편이 “산속 깊은 곳으로 한 번 가보자.”라고 했다. 마치 서울 도시 한복판에서 김 서방을 찾는 것과 같았다.

우리는 차를 타고 20분을 산속을 향해 달렸고, 기적적으로 얼마 전 만났던 순록 가족과 마주칠 수 있었다. 순록을 데리고 있던 분의 허락을 받아 아들 부부는 순록을 타 보고 순록과 함께 뛰어도 보고 사진도 찍었다. 꿈같은 시간이었다.

우리는 다시 게르로 돌아와서 잠시 쉬고 밤이 되길 기다렸다. 몽골 밤하늘의 별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날씨가 흐리거나 주변에 전기 불빛이나 자동차 불빛이 있으면 수많은 별이 있어도 온전히 볼 수 없다. 영하 19도 날씨였지만 맑은 날씨라서 쏟아지는 별들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테를지 국립공원의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달려 불빛도, 자동차도 없는 곳을 찾았다. 먼저 차의 불빛을 끄고, 모두 숨을 들이마신 후 차 문을 열었다.

“우와~”

모두 함성을 질렀다. 옛날에 내가 봤던 별들이 오늘 밤 다시 나와 주었다. 수많은 별, 은하수. 몽골 사람들은 은하수를 ‘우유 강’이라고 부른다. 하늘에서 별똥별도 떨어졌다. 그 많은 별들이 우리를 놀라게 하려고 숨어있다가 일제히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청량하고 차가운 몽골의 밤공기 속에 하염없이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우유 강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시 게르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커피를 마시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아들 부부는 우리가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함께 의지하며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게르 안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의 연결 고리가 더 단단해짐을 느꼈다.

“엄마,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에 힐링과 디톡스가 되는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다음에도 이렇게 가볍게 몽골에 왔다 가도 좋을 것 같아요.”

“그래 언제든지 환영이야. 다음에는 몽골의 여름도 경험해 봐야지.”

한가득 기쁨과 감동을 안고 아들 부부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올해로 몽골에 산 지 5년이 지나서 6년을 향해 가고 있다. 가득 채워진 머리와 가슴을 비워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몽골에 와서 거대한 자연 속 일부분으로 서 있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곳의 별, 초원, 허브, 바람이 복잡한 문명 세계에 얽혀 지쳐 있는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질 것이다.

글쓴이 김 0자

몽골에서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마인드 강연과 독서 토론을 몽골 정부와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다. 현지인 대상 마인드교육 전문 강사를 양성하는 일에도 주력한다. 한국에서 플루트 연주자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몽골에서 무료 음악 공연을 열어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따뜻한 교감을 이어가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