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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아이들 마음 관리는?

by 마인드네비게이션 2025.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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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사회정서교육 도입

우리 교육은 입시 위주의 능력주의로 치우쳐 있다.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입시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사교육 시장은 점점 커지면서 과열되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의 내면은 약해지며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은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 변화해 가는 사회 속, 우리 아이들의 내면을 단단하게 해 줄 교육을 생각해 보자.

사교육에 내몰린 아이들의 마음 건강

얼마 전, ‘7세 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TV에서 방영되었다. 제목만큼이나 내용 자체도 충격적이었다. ‘7세 고시’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만 5, 6세 아이들이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보는 시험을 일컫는다.

이제 겨우 한글을 뗄 나이의 유아들이 고등학생 수준의 영어 독해를 하고, 영어로 에세이까지 쓰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경악스러움을 느꼈다. 더 충격적인 것은 7세도 이미 입시에 늦은 시기라며 ‘4세 고시’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자 입시에 도움이 되는 유명 학원에 입학하기 위한 또 다른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받는 요즘 아이들의 현실. 기저귀를 떼기 전부터 사교육에 내몰리는 아이들의 정신세계는 어떨까?

2024년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최근 4년간 18세 이하 정신의학과 진료 환자 수가 64.8%로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특히 ‘학군지’라 불리는 강남 3구에 정신의학과 병원과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군지 소아 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는 수개월에서 1년 사이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 건강엔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이렇게 과열될 정도로 사교육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입시 성공이 곧 인생 성공으로 직결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가 살아온 시대는 20세기 산업화 시대로 집단의 효율성을 위해 직업의 분업화와 전문화를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21세기의 아이들이다. 제4차 산업 혁명 시대, 인공지능과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들은 부모 세대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이다. 현 교육은, 부모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는가?

사진 프리픽

모라벡의 역설을 기억하라

요즘 수업은 부모 세대의 수업 풍경과 사뭇 다르다. 아이들은 1인 1개의 태블릿을 보유하고 있다. 태블릿으로 수학 문제를 풀고 제출하면 바로 채점이 이루어지고 학습 결과를 AI가 분석해 준다. 각종 에듀테크 도구를 활용하여 아이들은 토의하고, 그림을 그리고, 조별로 실시간 협업해서 발표 자료를 만든다. 겉으로 보기에 아이들의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문제 해결 능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감탄스럽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기술을 잘 익히고 기계와 협업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일까?

미국의 로봇 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다.”라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와 인간의 능력이 다르게 특화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인간은 걷기, 말하기, 듣기, 보기, 느끼기 등 일상적인 행위를 매우 쉽게 할 수 있지만 복잡한 수식의 계산을 하기 위해선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반대로 컴퓨터는 수리 계산, 논리 분석 등은 쉽게 해결하지만, 인간이 하는 일상적인 행위 자체를 수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담임 선생님은 AI》라는 동화책을 살펴보면 이를 아이들 눈높이에서 느낄 수 있다. 책에는 인공지능 담임교사가 등장한다. 교사는 많은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하고 정확하게 학습 지식을 전달하며 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아이들을 대하고 벌점 부과도 확실하게 한다. 이상적이고 완벽해 보이는 AI 교사를 아이들은 과연 좋아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질문만 던져도 과제를 척척 수행하는 완벽한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능력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 관계를 통해 사회적인 생활을 살아가는 삶 그 자체일 것이다. 감정을 읽고, 올바른 가치 판단을 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능력은 인공지능이 가지지 못한 인간의 ‘마음’이라는 곳에서 시작된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의 도입과 한계

첫 단락에서 언급했던 우리나라 학생들의 낮은 행복감, 심각할 정도로 우려되는 정신건강 문제, 그리고 급변하고 있는 교육 및 경제 환경 상황에 의해 학생들의 사회 정서적 역량을 높이는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에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이라는 비인지적 교육 프로그램을 고안하였다. 교육부에 의하면,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학생들의 긍정적인 성장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하여 사회정서 역량을 강화하는 체계적인 학교 기반의 교육이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인식· 조절하는 정서적 역량과, 교사·또래·가족 등 주변의 타인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사회적 역량, 자신의 정신건강을 인식하고 관리하며 정신질환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는 정신건강 역량을 균형 있게 함양시키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육 내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성교육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것은 없다. 대부분 현장교육에서 이미 실행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그런데도 이런 프로그램이 명시화되었다는 것, 단순히 생활교육뿐 아니라 교과 과정에 통합하여 매일 가르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이것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가정, 사회, 학교가 협력하여 실제 아이들의 삶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전의 전통적 가족 사회에서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술을 터득했던 아이들은 핵가족 시대가 되면서 제대로 이 요소를 배우지 못한 채 교육기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인관계에서의 문제들을 아이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힘들어한다. 부모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건강한 마음을 위한 3가지 요소

사람은 몸과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음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삶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엇을 하고 싶어 하고, 어떤 일에 대해 사고를 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고 하며, 기쁘고 슬프고 행복한 감정을 만들어 내는 곳이 마음이다. 이토록 중요하고 소중한 마음을 우리는 소홀히 여겼다. 눈앞에 보이는 성과와 결과에 치중한 나머지 무엇이 중요한지 본질을 잃어버린 교육을 했다.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고른 영양 섭취, 꾸준한 운동,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건강한 마음을 위해서도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마음의 영양은 ‘지식’이 아닌 ‘지혜’다. 내가 처한 상황들을 깊이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낼 기회를 아이들에게 제공해 줘야 한다. 대부분 아이는 문제상황에 대해 일차적으로 생각하고 반응한다. 부모는 그 생각을 그대로 받아줘야 할 게 아니라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상대는 어떤 뜻으로 그렇게 행동했는지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 보고 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

마음의 운동은 ‘도전’이다.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안 하려고 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아이들은 문제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부담스럽지만 새로운 일에 뛰어들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길러줘야 한다.

마음의 휴식은 ‘소통과 대화’이다. 아이들은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부모에게 속내를 터놓을 수 있어야 한다. 부모 역시 아이의 마음이 쉴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마련해 주면서 새로운 생각과 해결 방법을 자녀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꾸준한 대화와 소통을 이어 나가야 한다. 급변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이라는 나무를 튼튼히 뿌리 내리기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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